욕망3 나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욕망'과 '조종'의 여왕 세상 만물의 법칙을 알고 있는 듯한 한 남자가 10월의 어느 가을날 대뜸 내게 이런 진단을 내렸다. "당신은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분이에요." 위계질서라는 이 투박하고 레트로한 네 글자에 순간 풉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콱 와서 박히는 것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매우 자유로운 영혼인 듯 살고 있지만 실은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주파수와 그 강력함에 부여되는 질서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권력, 즉 ‘위계질서’란 것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사는 사람이었다. 핵심은 ‘미묘한’ 에 있다. 눈에 노골적으로 보이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그건 너무 촌스러우니까. 마치 픽업 아티스트가 매뉴얼에 따라 내뱉는 언행이 열 수 앞까지 내다보일 정도로 훤해서 그 단순함과 한심함이 우리의 신경을 거스르고.. 2020. 7. 18.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버리세요 사랑받는 것은 수동성이고, 사랑하는 것은 능동성입니다. 한국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은 후자이고요. 스스로 '사랑해도 되는 존재'라는 자각이 없습니다. 건강한 자존감이 떨어지는 편이고, 내 의견을 표시하고 호불호 밝히는 일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사랑'을 본능적으로 원하기에 내가 그것을 능동적으로 낚아채기엔 힘든 상황에서 결국 누가 나를 사랑해줘야만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상태가 됩니다. 매우 수동적이며, 간접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서 가는 겁니다. 이러려면 사실 나의 주관을 갖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죠. 그래서 그토록 여자들이 자아를 갖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두려워합니다.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어요. 내가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선택당해야 하는 상황에선! 나의.. 2020. 6. 2. [프롤로그]모든 것을 가진 여자 경리단길을 정처없이 걷다가 문득 눈앞에 나타난 그랜드하얏트 호텔. 영어로 쓰인 Grand Hyatt 라는 문패만이 겨우 보이는 호텔 건물 앞엔 수십 그루의 나무가 호위무사처럼 서 있다. 몸통과 가지에 빽빽이 매달린 전구의 행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들숨과 날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내안의 어떤 욕망 덩어리가 꿈틀대는듯 하다. 나갔다 들어갔다.. 한산하고 조금은 외딴 느낌의 그 호텔 로비를 향해 무언가에 홀린듯 걷는다. 드나드는 사람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호텔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함, 고급감, 고립감, 우월감, 편안함 등에 왜인지 취하고 싶은 저녁이다. 라이브피아노 공연을 한다는 파리스바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다. 적막감 속에 또각거리.. 2019. 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