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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삶

사랑이란 지켜주는 것! 고전멜로 '조 블랙의 사랑'을 통해 본 찐 사랑의 의미

by 세헤라자데69 2020. 9. 21.

최근 우연히 고전 멜로 명작, '조 블랙의 사랑'을 봤습니다. 원제는 Meet Joe Black 인데, 한국어 번역이 다소 아쉽긴 하죠. 영화를 보아도 꼭 사랑이 주제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직역해서 '조 블랙을 만나다'가 더 적절한 번역이란 의견이 많더군요. 저도 동의합니다.

 

이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 배우가 맡은 조 블랙은 클레어 폴라니 배우가 맡은 여주랑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앤서니 홉킨스 님이 맡은 할아버지랑도 상당한 교류가 있고.. 앤서니 홉킨스-클레어 폴라니 부녀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조 블랙이란 인물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투 트랙으로 부녀와 얽히는 조 블랙이라는 저승사자의 성장기가 주제입니다. 부녀로부터 각각 인생과 사랑에 대해 짧고 굵은 가르침을 얻고 떠나게 됩니다.

 

오늘은 조 블랙을 통해 '사랑' 이야기를 할 거기 때문에 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그 전에! 구미가 당길 만한 움짤 스샷부터! ㅋㅋㅋ 

 

핡! 핤! hot hot 하쥬?! ㅋㅋㅋㅋ

 

브래드 피트님의 비주얼 리즈 시절로 추정되는데요. 그냥 얼굴빨로 외모만 완벽한 것이 아니라.. 1인 2역을 맡았는데 그 감정선이랄까. 껍데기는 같지만 내면은 완전히 다른 두 명의 인물을 어찌나 완벽히 다르게 연기하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저 얼굴을 잠깐 빌린 저승사자, 저 얼굴의 원래 주인 이렇게 두 명을 연기한 것인데요. 위 사진은 둘 중 누구의 모습일까요? 여주인공의 대사를 빌리면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랑 사랑을 나눈 것 같아요"라는 게 힌트입니다. ㅋㅋㅋ

 

네, 바로 인간들이 하는 사랑이라는 황홀한 경험을 처음 해 본, 숫총각 저승사자가 여주인공과 인생 첫 관계를 맺는 장면이죠. 그 첫경험의 풋풋함을 어쩜 저렇게 잘 표현할까요. 클로즈업 샷으로 마구 흔들리는 동공과 표정이 정말 압권입니다. 여주인공이 리드하는 모습도 재미있고요. 해 볼만큼 해봤을거 같은 친구가 너무 미숙하면 좀 깰 법도 한데, 외모 버프를 받아서인지 혹은 여자도 남자에게 잔뜩 빠져 있어서인지 여주는 오히려 그 어설픔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죠. ㅎㅎ

 

 

충격적인 초반부 장면. 사랑에 얼이 빠지면 저렇게 됩니다.

이건 저승사자가 들어오기 전 원래 몸 주인이 초반에 등장하는 장면인데요. 왜 저렇게 얼이 빠져 있느냐. 바로 직전에 자신의 이상형인 여주인공과 만나서 넘나 좋은 느낌을 서로 교환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뛰어가서 이름이랑 연락처라도 물어볼까 어쩔까 이게 무슨 감정일까 몽롱해져 있는 찰나, 그 순간이 그의 인생 마지막이 되는 충격적인 씬이죠.

 

사랑의 파괴적 속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순식간에 목숨을 앗아가 버리기도 하는 파워. 사랑이라는 특별한 경험과 감정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암튼 영화의 90%는 여주인공이 첫눈에 사랑에 빠졌던 원래 몸주인 남자의 외관을 빌려 인간세상을 체험 중인 저승사자 조 블랙으로 브래드 피트는 등장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해 보는 그는 아이 같은 순수함과 어설픔, 미성숙함, 열정, 사랑이라는 특별한 경험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게 됩니다. 지능적으로는 매우 똑똑하고 다양한 인간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며 간접 경험을 하였고 그들을 죽음의 순간 인도해주는 일을 해 왔지만 오직 인간으로서만 경험하는 감정적 영역에선 영 서투른 모습을 보입니다.

 

 

서서히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 떠 가는 순수한 저승사자 조 블랙 양반. 뭐지? 이렇게 좋은 게 있었다니? 이걸 왜 여태 몰랐단 말야? 하는 느낌을 시종일관 너무 잘 전달합니다. 저 표정을 좀 보세요.

 

저승사자 인생 첫 키스. 풀린 눈이 넘나 매혹적이네요.

본격적으로 이 영화에서 고찰해 볼 만한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면..

 

먼저 사랑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입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열정이 사랑의 속성으로 등장합니다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사실을 조 블랙은 배우게 됩니다. 그의 열정은 어떤 인간 못지않게 뜨거웠고 진실되었지만 그는 여주인공과 진정한 사랑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죠.

 

왜냐면 그는 상대를 지켜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감정적 열기만 앞세우며 열정의 폭주기관차를 타는 것은 반쪽짜리 사랑임을 조 블랙은 깨닫는데요. 진정한 사랑은 상대가 행복하도록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말합니다. 잠깐 인간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내려온 저승사자의 위치에서 그는 상대를 계속 지켜줄 수도 옆에서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없죠. 그럴 능력이 안되는 것입니다.

 

나는 상대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내가 그를 지켜줄 수 없고 더 이상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면 물러나는 것 또한 사랑입니다. 진심으로 상대가 더 행복해졌으면 원하기 때문이죠. 내가 줄 수 없는 것을 더 제대로 퍼다 줄 수 있는 더 나은 연인을 만나서 진정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이타심. 그것이 1단계의 열정적 사랑보다 한층 더 성숙한 진짜 사랑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 열렬히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어느 순간 나의 감정이 예전 같지 않고, 상대가 나로 인해 점점 덜 행복해지고 있는 상태라면.. 상대를 놓아주는 것 또한 사랑이겠지요. 이것은 누가 누구를 버리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유효기간이 다 한 사랑을 성숙하게 보내주고, 상대방이 더 나은 사랑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비록 어느 한쪽은 다른 한쪽을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이럴 때는 헤어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또 하나 생각했던 사랑의 속성은.. 이건 좀 황당할 수는 있는데요..

여주인공이 원래 몸 주인인 남자와도 사랑에 빠지고, 저승사자가 들어온 같은 몸의 남자와도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결국 '내면이 중요해' 같은 것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어요.

 

(여기서부터 스포 있음)

물론 두 인물 모두 각자 상당한 매력을 갖춘 남자들이긴 한데요. 성격적으로는 정반대란 말입니다. 이건 해석이 분분하긴 하겠습니다만.. 예컨대 영화 초반부에 만난 원래 몸 남자는 사실 썸에 가까웠고, 진짜 사랑은 조 블랙과 했다는 의견도 있을 거고요. 영화 말미에 저승사자 조 블랙이 떠나는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그의 정체와 이별의 순간을 직감적으로 알아채는데, 굉장히 아련해 합니다. 즉, 진정한 사랑을 느낀 것으로 볼 만 하죠. 그리고 원래 몸 주인 남자를 저승사자가 살려서 선물로 보내주었을 때, 그와의 만남을 오히려 어색해하면서 그러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뭔가 약간 혼란스럽긴 하죠? ㅎㅎ 그러나 둘의 첫 만남이 워낙 강렬했고 강한 끌림을 느낀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저승사자 조 블랙하고는 또 다른 느낌으로 풋풋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 걸로 보이긴 합니다. 제가 여주인공이었다면 다소 한동안 힘들어하긴 할 거 같아요. 둘이 다른 존재임을 알아버렸고, 조 블랙과의 짧고 강렬했던 기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을 것 같기 때문에요. 그것이 같은 몸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남자와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증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는 '아니 그럼, 저렇게 생긴 사람이 여자의 취향저격 외모였기 때문에 두 번 다 사랑에 빠진 거 아녀?'라고 생각을 했더랍니다. 기-승-전-외모 가 아닌가 하는...ㅎㅎ 외모지상주의를 두 번 뒤튼 신박함이었을 수도 있죠. 물론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닌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근데 뭐, 남자도 외모가 생각보다 상당히 중요한 건 사실입니다. 현대로 넘어올수록 더더욱 그렇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 분들은 이걸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결론이 ... 이상하게 끝나는군요...ㅋㅋㅋ 불편한 진실을 알리면서 마무리...

 


보너스컷. 잘생긴 35세 브래드 피트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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