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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모든 것

[재회] 차마 연락 못 하는 그에게 먼저 손 내밀어야 할까요?

by 세헤라자데69 2020. 6. 17.

저는 성격이 급해서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아니오' 입니다.

 

답을 정해놓고 "남자가 용기를 못 낸다면 먼저 손 내밀어 붙잡으세요" 를 듣고 싶었던 분들은 조용히 뒤로가기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부터는 '재회'에 있어서 왜 여자가 움직이지 않는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면 안되는지 써보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지금 잘 사는 내 주변의 누구누구도 있는데 그건 뭐냐 한다면 할 말은 없죠. 모든 건 예외가 있고 케바케, 사바사이니까요. 그냥 일반론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조언을 저는 쓸뿐입니다.

 

일단 포인트는 '남자가 움직이지 않는다'이고, 사귀기 전 단계가 아니라 이미 연애하며 볼 장 다 본(어느 정도 서로에 대한 탐색이 끝난) 단계에서 '재회'한다는 것 이 두 가지입니다.

 

일단 남자가 움직이지 않는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나에게 마음이 식어서 라고 한다면, 당연히 여자가 다가가면 안되는 것이란 건 다들 아시죠? 어차피 식어있는 상태기 때문에 내가 간다고 지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효과만 커지기 때문에 그 수많은 연애 전문가들이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게 차라리 확률을 높인다구요.

 

재회라는 상황은 이미 여자의 매력을 남자가 확인해서 한번 사귄 사이입니다. 그래서 굳이 여자의 매력을 확인시키려 막 다가가는 건 큰 효과가 없고요. 그저 그 초반에 남자가 들이대던 때의 매력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걸 위해서는 정보를 너무 다 줘버리고 패를 다 까버리지 말고 궁금증을 자극해야겠죠. 지 혼자 머릿속에서 상상하면서 소설 쓰면서(ex. 뭐지? 벌써 다른 남자랑 이러쿵저러쿵 된 건가? 등) 여자의 본래 매력도를 다시금 상기시키게끔 해야 합니다.

 

요즘은 카톡을 다들 쓰기 때문에 프사 관리를 그래서 하라는 것이고요. '잘 사는 모습', '더 멋진 여자가 된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거죠. 만나는 사람이 있는둥 마는둥 싶은 애매한 사진도 올리라고들 하죠? 청승 떠는 사진보다 백배 천배 나은 전략입니다.

 

사실 이건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고.. 두 번째 상황, 남자가 진짜 나를 계속 사랑하고 인성도 괜찮은데 오히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쉽게 다시 연락하지 못하는 st이다. 아마 이것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실 겁니다. 첫번째 '남자가 마음이 식어서'의 경우 많은 여자들은 "니 마음이 식었다면 꺼져! 나도 나를 바라지 않는 남자 싫다"고 하면서 그냥 차버릴 가능성도 크거든요. 여자는 자기 가치를 스스로 높여야만 살아남고 인기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만약 본인이 이런 프로세스가 안 되고 반대로 매달리는 스타일이라면 정말 깊이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내 인생에 안 좋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아직도 나를 그리워하고 너무 사랑하고 있어! 그렇다면 당연히 고민이 시작되지요 ㅎㅎ

에이그, 내가 또 못 이긴 척 손 내밀어 줘야 하는거야? 하여간... 이러면서 말이에요.

 

근데 이거 웬만하면.. 안 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게 더 낫다는 얘기입니다. 남자가 나를 사랑하고 그리워만 하면 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직 이것만 확인하고픈 상태라면 지금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지 않거나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상태로 진단해야 합니다.

 

웬만큼 여자가 관계에 깽판을 치지 않은 다음에야 일반적인 경우에는 시간이 갈수록 남자는 여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지고, 여자는 남자를 생각하던 시간과 양이 줄어듭니다. 이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래서 여자 분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공백기를 최대한 두는 것이 이로우며, 남자 분이라면 여자의 기억력이 그대를 잊어버리기 전에 혹은 더 나은 남자가 채어 가기 전에 연락을 해서(여자의 이성이 아직 작동하기 전에=여자 입장에선 이성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놓치므로 본인한테 안좋을 수는 있음) 관계를 갱신함이 바람직합니다.

 

여자와 남자의 입장과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면 각자 자기 기준으로 상대도 그럴 것이니 생각하게 되고, 연애고 재회고 다 망치는 것입니다. 남자는 헤어진 직후 본인이 지금 상태가 엉망이라서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까 여자도 그럴거라고 생각해서 멍하니 시간만 보낸 후에 여자로서는 어리둥절할 시점에 연락을 하는 패착을 두게 됩니다. 여자는 헤어진 직후 본인이 감정적이 되어서 막 다시 애정전선을 살리고픈 마음만 앞서서 남자는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을 읽지 못해 관계를 최악으로 파국을 내어 버리고요.

 

아무튼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자들은 이별 후에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내가 정말 이성적으로 백번 천번 생각해봐도 이 남자가 맞는지 생각하는 것이고요. (대부분 여기서 '아니오'가 나올 겁니다) 이 단계를 용케 통과했다면, 남자가 스스로 용기 내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금 이 상황은 모두 남자가 '괜찮은' '멀쩡한' '나를 여전히 생각하는' 상태임을 전제로 함)

 

여기서 인내심을 잃고 내가 좀 지렛대가 되어줘서 용기를 줘서 다시 만나게끔 해야겠다? 이건 정말 안 좋습니다. 이 남자가 일단 '괜찮은 놈'이라는 검증이 된 상태이므로 여러분은 그와 좀 더 진지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기대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남자를 잘못 길들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으로 모든 관계의 갈등 상황에서 '내가 두 손 두 팔 다 걷어붙이고 A to Z를 다 해결해야만 진전이 되는' 답답한 관계성의 서막을 의미합니다. 그것을 자기 손으로 자처하면서 막을 열어주는 꼴이란 것입니다.

 

사실 이미 "제가 먼저 손 한번 내밀어볼까요?"라는 마음이 들었을 시점에 이게 시작된 거기도 합니다. 답답한 거죠. 내가 나서서 해결을 해 버리고 싶은. 남자도 이걸 모를까요? 무의식에선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존적인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더 적극적으로 안하게 되는, 시간이 갈수록 이 패턴이 강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됩니다.

 

이걸 평생 반복하고 싶으신가요? '사랑'이라는 게 이 모든 일상의 피곤함을 대체할 만한 특별한 무엇일까요? 이러한 사랑의 개념은 여자들에게 주입된 환상에 불과합니다. 옛날엔 있지도 않았던 것이죠. 결혼이 생겨날 시점을 생각해 보세요. 사랑의 완성이긴커녕 사회계약의 형태를 띄었습니다.

 

여러분의 감정노동 최소화, 정신적 행복, 자유의 만끽. 이런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사랑과 애정은 특정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피어납니다. 이걸 우선적으로 고려하시면 큰일나기 십상입니다. 처음 만날 때는 스파크가 튀어야 하고 서로 일명 '꼴려야' 하기 때문에 이걸 다 고려할 수 없고 알 수도 없습니다. 다만 만나면서 서서히 우리는 알게 됩니다. 이 사람과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어떠할 것이라는 게 느낌이 당연히 옵니다.

 

이걸 절대 외면하지 마세요. 애써 무시하다가 헤어진 후에야 겨우 이성적으로 이를 되돌아보고 실은 축복해야 하는구나 깨닫게 되는 시점이 오는 건데, 그 마지막 기회조차 날려버리지 마세요. 저는 입버릇처럼 '이별은 축복'이라고 하고 다닙니다. 헤어짐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사고처럼 이별을 맞았다 하더라도 둘은 맞지 않는다는 뜻이고, 인연이 아니라는 계시입니다.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으세요.

 

처음에 이성적으로 끌려서 시작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이런 감정적 편안함이 커지는 관계라면 충분히 바람직한 것입니다. 이걸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일정 기간 연애를 해 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게 검증되지 않는 경우 헤어지게 될 텐데, '재회'라는 늪에 너무 빠져서 허우적대면 악순환은 다시 시작됩니다.

 

그나마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남자가 변해서 먼저 연락해서 적극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그래도 다시 한번 기회를 줄 만 합니다. 무언가 관계성에 변화를 기대할 만 하다는 것이지요. 아마 어떤 각성을 하고 돌아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없는 상태의 남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다가 여자가 손을 내민다? 덥썩 잡겠죠. 어차피 이 여자는 한때 본인에게 매력도가 높아서 관계를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여자가 먼저 기회를 주면 굳이 마다할 인간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약간의 공백기를 두고 나의 매력도를 회복한 뒤에 연락한 것이라면요.

 

근데 이렇게 여자가 거저 주게 되면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힘들 때마다 남자는 숨고, 여자는 동굴에 찾아가서 남자를 끄집어내는 식의 패턴이 반복됩니다. 생각만 해도 골이 아프죠? 6개월 1년 만나고 말 거 아니잖아요? 이래야 하는 관계성이라면 사실 남자가 아무리 나를 사랑하고 애틋해하고 본인이 성실하고 인성이 좋다고 해도 여자한테 크게 좋은 남자는 아닌 것입니다. 이것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그냥 남자 자체가 사람이 괜찮다, 이건 딱히 의미가 없습니다.

 

사실 남자든 여자든 수동성이 강하면 좀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게 됩니다. 물론 너무 능동적이어도 부담을 주겠지만 요즘은 이런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고요. 남자로 한정한다면 더더욱이나 남자들이 수동적이고, 힘이 약해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맞추어서 여자가 다 끌고가는 선택을 하시면 안 그래도 힘든 본인 인생에 더 큰 짐이 지워질 수 있음을 알려드리려고 이 글을 썼습니다.

 

정말 놓치기 싫은 것이라면 본인이 까치발을 해서든 밤낮으로 기회를 열심히 보아서든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내야 합니다. 그랬을 때에야 그 성취의 중요성과 가치를 알게 되기도 합니다. 남자가 이걸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그게 나에게도 좋은 길입니다. 이걸 스스로 못 하는 남자라면 나를 지킬 수도 없는 남자입니다. 아쉽지만 그게 팩트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 인생을 맡기실 건가요?

 

 

이 남자가 나를 아직도 사랑할까요?

 

이런 질문은 정말 허망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 남자분은 당신은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연애했고, 남자가 바람둥이나 쓰레기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혼자 자존감 떨어뜨려가며 그는 날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이런 드라마 쓰지 마세요. 근데 사랑하면 뭐해요? 나를 지킬 수 없는데요. 그럴 힘이 없는데요.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더 강한 사람과 더 멋진 사랑을 시작하세요.

 

섹스앤더시티 사만다의 명대사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난 당신을 사랑해. 근데 난 나를 더 사랑해."


사만다는 참 배울 것 많은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인 캐리를 실은 쳐바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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