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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모든 것

취향 같은 건 다 필요없어, '끌림' 하나면 된다

by 세헤라자데69 2020. 7. 21.

어릴 땐 취향이 꽤 중요한 요소였다. 나랑 맞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보는 코드로서 말이다. 취향이 비슷하고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막중하게 느껴졌다. 멋 모르던 시절.

 

하지만 취향이 같은 이를 만나보고야 알았다. 취향은 그냥 취향일 뿐이라는 것을. 사람한테 끌린다는 것은 그런 확실한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겉으로야 잘 통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였다. 취미를 공유할 수 있고 감상을 좀 더 손쉽게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한편 너와 나를 생각해보면... ‘신승훈과 듀스만큼이나 우리의 취향은 달랐다. ‘곰탕과 파스타만큼이나 극과 극이었고, ‘활달함과 차분함만큼이나 정반대였다.

 

하지만 그런 다름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너를 통해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그 경험이 어찌나 즐거웠던지. 계속 더 물어보고 싶고, 더 알아가고 싶고, 혼자 있을 때도 니 취향을 찾아 헤매는 나를 급기야 발견했다. 종국에는 그 다른 취향마저 내 취향인양 즐겨찾기 해두게 되기도 했고.

 

혼자였다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경험. 그것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고맙다. 내 일관된 취향의 스펙트럼을 넓혀 준 너에게. 나는 딱 너의 크기만큼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이젠 이상형을 말할 때 더 이상 취향을 들먹이지 않는다. ‘나랑 코드가 맞는 사람같은 얘기도 하지 않는다. 다 소용이 없더라니까.

 

결국 인간 대 인간으로 끌림이면 다 되는 거다. DNA적 끌림 그거 하나. 사람이 마음에 들면 그라데이션처럼 그 사람을 형성하는 모든 것이 수용된다. 뻔뻔하고 밉상스런 부분도 귀엽게 보이고, 허세를 부려도 재수 없지 않고, 나랑 정반대인 취향도 신세계의 발견처럼 여겨진다.

 

한 사람과 만난다는 건 또 하나의 ‘세계’가 온다는 것.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머리로 하지 말고, 가슴으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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